경찰개혁안 - "수사권과 상관없다" 검찰 시큰둥

하수빈 기자 | 2019.07.29 14:57
[월드이코노] 하수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및 청와대가 협의해 내놓은 경찰 개혁 방안은 경찰 권한을 분산하고 내·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달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기존 방안과 비교할 때 큰 진전이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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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 등을 통해 밝혔던 방안이 재차 확정된 만큼 개혁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수사종결권 등 경찰 권한이 커지는 만큼 일부 권한을 줄이는 것만으로 검찰과 야당 등을 설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당·정·청이 논의한 경찰 개혁 방안에 따르면 수사경찰이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한 일반경찰의 부당한 압력을 막기 위해 개방직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된다. 국가수사본부 도입에 따라 경찰청장이나 지방청장 등은 수사 대상의 범위,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와 같은 구체적 지휘를 할 수 없게 된다. 테러 등 중요사건이 발생하면 예외적으로 경찰청장 등의 지휘가 인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서면으로만 지휘가 이뤄진다. 특히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인사권과 감찰·징계 요구권을 부여, 수사경찰이 외풍에 휩쓸리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의 도입 속도도 빨라진다. 지난 2월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서울·세종·제주 등 5개 지역이 시범운영 지역으로 선정된 상황에서 올해 10월까지 ‘제6의 도시’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후 올해 하반기 시범운영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초에 자치경찰제는 본격적으로 시범운영된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지구대와 파출소가 지역 주민과 밀착된 아동·노인 보호 및 일부 성폭력 사건 등을 담당하고, 국가경찰이 정보·보안 및 전국적 규모의 사건을 맡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구속 등을 통해 드러난 정보경찰의 불법사찰·정치개입에 대한 방지 대책도 제시됐다. 경찰공무원법 등을 개정해 경찰이 정치에 관여했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범위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경찰은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준법지원팀’을 신설해 모든 정보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감독해 위반 시 징계·수사의뢰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대 출신들이 권한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경찰대 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미 경찰대 신입생 선발 인원을 기존 인원의 절반(50명)으로 축소하고, 2023학년도부터 편입학을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경찰대생에 대한 병역특혜가 폐지되며 학비 지원도 없애고, 개인 부담과 장학금 제도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경찰 개혁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국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 법안대로라면,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 등 검찰의 권한을 넘겨받으며 ‘공룡경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검찰과 정치권에서 잇따라 제기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만 놓고 보면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기존 정부·여당안에 담긴 내용만 반복된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해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의 구성, 기능 등에 대해 구체화된 부분이 없는 점은 문제”라면서 “경찰이 (여전히) 정보경찰을 통해 전 국민의 생활을 조사하는 것은 경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이에 대한 개혁방안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입이 예정된) 자치경찰제에 따르면 구청장이 검사가 되는 것인데 이런 자치경찰제는 지구상에 없다”면서 “구청장 밑에 있는 경찰에 종결권까지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수사권 조정안과 상관없다”… 檢 시큰둥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및 청와대가 경찰 개혁 방안의 큰 줄기를 제시했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시큰둥하다. 그간 검찰은 사법 판단 영역에 해당하는 수사종결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문제 삼았다. 이날 공개된 경찰 개혁안은 검찰이 우려하는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비껴간 ‘곁다리’를 건드린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당·정·청이 국회에서 ‘경찰 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연 협의회에서 확정된 경찰 개혁안에 대해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내용을 두고 검찰이 입장을 내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경찰 개혁안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및 국가수사본부 신설, 경찰대학 신입생 정원 조정 등을 담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동떨어진 ‘남의 일’인 셈이다.

해당 개혁안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브리핑 때 이미 발표된 내용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서장이 수사경찰이 아닌데도 수사지휘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여러 오해와 우려를 낳고 있다”며 “행정경찰이 구체적 수사지휘를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 검사는 “이미 다 나왔던 이야기여서 특별할 건 없었다”면서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한다던데 저걸로 어떻게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분리한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관심을 가진 경찰개혁 방안은 실효적 자치경찰제 및 정보 경찰의 별도 조직화 추진이다. 검찰은 자치경찰제 도입을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보고 원론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덜어내야 한다는 게 문무일 검찰총장이 평소 강조해온 지론”이라고 말했다.

정보경찰에 대한 검찰 내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 정치개입 등 의혹을 포착한 경찰이 전직 경찰청장 2명을 구속하는 등 검찰은 해당 사건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요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수사팀 관계자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경찰이 정보업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필요한 부분은 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범죄와 관련된 것을 해야지 동향정보라는 명목으로 그게 엄밀히 말해 사찰인지 뭔지도 모르고 하면 되겠냐”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2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정보경찰 문제를 나치 독일 시절 체제 강화를 위해 활동한 ‘게슈타포’에 빗대 논란을 자초했을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날 당·정·청 협의에서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자 한 부장검사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다독인다고 검사장들에게 별 의미 없는 편지를 보낸 것처럼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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